- “우량농지를 진짜 염해농지로 망친다” 농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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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해창만 염해농지태양광발전소 조감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
"농지 보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역행하는 꼼수" 비판
김승남 의원 대표발의 ‘농지법 개정안’, “농사·전력 생산 병행.. 획기적 대안” 기대
농지법 개정으로 2019년 7월 1일부터 시행한 간척지 염해농지 태양광 발전 허용이 법 개정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정 농지법에 따르면 공유수면 매립을 통하여 조성한 토지 중 토양 염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를 위한 농지의 일시사용이 가능하다. 이른바 간척지 염해농지 태양광 발전 허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19년 법 시행을 앞두고 충남 온양에서 설명회를 열어 “높은 염분으로 영농이 곤란하고 농업 생산성이 낮은 염해농지에 태양광 설치가 가능토록 농지의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8년에서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고 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이 낮은 염해농지’의 판정 기준이 염도 측정만으로 이루어져 오히려 멀쩡한 우량농지를 염해농지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다.
‘공유수면매립지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측정기관(농어촌공사)은 필지별로 지표면으로부터 깊이 30~60cm의 심토와 깊이 30cm 미만의 표토를 채취해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 분석기준에 따라 염도를 측정한다. 심토와 표토의 염도를 모두 측정하지만 규정 상 농어촌공사는 심토 측정값만을 해당 필지의 토양 염도로 결정하며, 농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토양 염도가 5.50dS(데시지멘스)/m인 지역이 전체 농지면적의 90% 이상일 경우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최장 20년 간 설치할 수 있다.
일부 간척지는 염해로 인해 농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간척지는 경지정리와 수리시설 등 농업생산기반이 조성된 우량농지에 해당한다. 간척지에는 물을 계속 공급해 염분을 희석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벼는 표토에 뿌리를 내려 성장에 지장이 없다.
그런데 농지법 시행규칙은 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30~60cm 심토의 염도 측정을 기준으로 우량농지를 염해농지로 둔갑시키고 있다. 농지법 시행령·규칙이 현지 염해 피해 여부 조사를 거친 후 30cm 이내의 표토 염도를 기준으로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 불합리한 염해농지 기준 때문에 전국의 해당 지역은 몸살을 앓고 있다.
180MW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전남 완도군 약산면의 간척지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 측정 결과 토양 염도가 기준 이상으로 확인됐으나, 지역 농민들은 “한 번도 염해가 발생한 적 없다”며 토양 염도 측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암군에도 영산강 간척지에 SK E&S가 약 3조원을 투입해 약 16.5㎢(500만평)의 면적에 2GW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영산강 4지구 3-1공구 간척지는 일반 논과 달리 벼의 뿌리 깊이가 30㎝ 이하로 염해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염분 측정방식 부적정성으로 인해 전국 최고의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있는 영암의 우량농지가 염해지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동평 영암군수도 농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에 나섰다.
전남 고흥군 해창만 간척지도 민간사업자가 염도 측정을 거쳐 300MW 규모의 염해농지 태양광 발전사업을 진행 중이다.
염해농지 태양광 사업에 대해 간척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 지자체의 경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농지 잠식으로 식량안보 위협은 물론 수많은 임차농 살아갈 땅이 사라지고 농업 인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농지만 있는 농민은 건강보험, 직불금 등 농민으로서 받는 모든 혜택도 사라진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는 농지로의 복구계획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간척지에 20년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물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염분이 표토로 올라오게 되고 이 백화현상으로 간척지 방조제 공사 직후의 염도 높은 모래뻘 땅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간척지 농민들의 경험에 따르면 이럴 경우 다시 물을 공급해 정상적인 영농이 되려면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구계획이 설비만 제거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다. 그러나 간척지 염해농지 태양광 허용은 발상부터 잘못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농과 전력 생산을 겸하는 영농태양광을 외면하고 염해농지 태양광을 선택한 것은 농지 잠식과 농촌태양광 축소를 야기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영농태양광 정책을 실시할 경우 지속가능한 농업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태양광 발전의 대규모 확대가 가능하고 농민이 사업 주체가 되어 염해농지 태양광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계도 있다.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이개호 의원도 염해농지 태양광은 문제가 있다며 영농태양광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김승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지법 일부개정안이 염해농지 태양광 논란을 종식시킬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법률안은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태양광 시설과 영농태양광 시범단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획기적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선대원 ghnews21@gmail.com